교과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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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출처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비령자(丕寧子) 부자와 종 합절(合節)의 순절

| 2005.01.27 | 조회 2006
진덕여왕 원년(A.D 647) 10월 백제는 대군을 동운하여 갑자기 국경을 넘어 무산(茂山), 감물(甘勿), 동잠(桐岑) 등의 여러 성에 쳐들어 왔다. 김유신장군은 보병과 기마병 일만을 거느리고 급히
전선으로 나아가 침략군을 맞아 격전이 전개되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백제군에 대항하는 신라군은 원로의 피로에다 수에 있어서도 열세였던 까닭에 전세는 지극히 불리했다. 김유신 장군은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전세를 역전시킬 계기를 잡을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이때에 비령자의 늘름한 모습이 눈에 비쳤다. 전선에서는 언제나 선봉을 달리면서 신라군의 용감함을 보여주러
온 그였다. 그의 용감성에 호소하여 떨어진 사기를 다기 떨치게 할 작정이었다. 장군은 그 앞에 선 비령자에게 말했다.
"한겨울이 되여 모든 나무가 잎을 잃었을 때 비로소 송백(松柏)이 푸름을 잃지 않고 절개를 지키는 것이 돋보이는 것이다. 오늘의 사태는 매우 위급하다. 그대가 아니고는 누가 분전하여 사졸들의
사기를 북돋아 전세를 만회할수 있겠는가?"
김유신 장군의 은근한 말 가운데는 비령자에 대한 신뢰가 가득 차 있었다. 비령자는 두 번 절하고 그의 결심을 말했다.
"이제 많은 군사들 가운데서 그러한 중대한 임무를 저에게 맡겨주시니 이는 저를 그만큼 믿는 까닭입니다. 이 한 몸 열 번 죽어서라고 지기(知己)의 은혜에 보답하겠읍니다."
장군 앞에서 물러나온 비령자는 적진에 뛰어들기 전에 노복인 합절(合節)을 불러 뒷일을 당부하여 말하기를 "나는 지금 위로는 나라를 위하고 아래로는 지기(知己)의 은혜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
고자 한다. 내 아들 거진(擧眞)은 비록 나이는 어리나 장차 뜻을 품고 있으니 반드시 이 아비와 함께 죽고자 할 것이다. 만약에 부자가 한꺼번에 죽어 버린다면 집안 사람들은 장차 누구에게 의지
하겠는가? 그러니 너는 거진과 함께 내 시체를 거두어 고향으로 돌아가 노마님의 마음을 위로하도록 하여라!" 말을 마치자 말에 채찍질하여 창을 휘두르며 적진으로 달려들어 여러 군사를 쳐 죽
이고는 장렬한 전사를 했다.
거진은 부친의 전사를 바라보고 분연히 적진으로 뛰어가려고 하였으나 합절이 앞길을 가로 막고 간청했다. "어른께서 말씀하시기를 저로 하여금 도련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 노부인을 위로하
고 장차 온 집안이 의지할 기둥이 되라고 하셨읍니다. 지금 아들로서 아버지의 분부를 저버리고 어머니의 사랑을 외면한다면 어찌 효도를 다했다고 할수 있겠읍니까? 이제는 효도에 어긋남이 없
게 해야 합니다." 합절은 정성을 다해서 타이르면서 말고삐를 잡고 놓지 않했다. 그러나 거진은 합절의 말을 듣지 않는다.
"사람의 자식이 되고 그 아버지가 전사하는 것을 보고서도 구차하게 살길을 도모란다면 이 어찌 효도라고 할 것이냐! 나는 가야만 하니 길을 비켜라"
그러나 합절은 잡은 말고삐를 더 굳게 잡는다. 거진은 하는 수 없이 칼로 합절의 팔을 치고는 부친이 전사한 곳으로 달려들어 갔다.
"나라의 원수! 아버지의 원수! 내 칼을 받아라" 거진은 용감하게 싸웠으나 구름 같은 적군속에서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부친의 뒤를 따라 용감한 최후를 맞았다. 거진의 최후를 바라본 합절은
소리쳤다. "하늘이 무너졌도다, 낸들 어찌 죽지 아니하리오" 합절도 적진으로 뛰어들어 최선을 다하고는 전사하고 말았다. 신라의 장병들은 이 세사람의 장렬한 죽음을 보고 너무나 감동했다. 그
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진격하니 그 앞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백제의 진영은 산산히 흩어지고 참살된 적의 군졸이 무려 삼천여명에 이르는 대승리를 거두었다. 싸움은 끝났다. 승리를 외치는 신라군의 함성은 산천을 울렸다. 그러나 김유신 장군은 울었다.
그는 비령자와 거진, 그리고 합절의 시체를 거두어 옷을 벗어 덮으면서 울고 또 울었다. 이 소식을 들은 진덕여왕도 옷소매를 눈물로 적셨다. 그리고 영을 내려 예를 다해서 반지산(反知山) 기슭
에 합장하도록 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처자와 구족(九族)에 은상(恩賞)을 내리고 여생을 나라에서 돌보도록 했다.
아! 장하도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그리고 노복까지! 참으로 신라정신의 표본이요, 화랑 정신의 정수라고 하겠다